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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수출, 車 16%↓ 디스플레이 21%↓…"3월 더 어렵다"

2월 조업일수 3.5일 늘고
반도체값 상승에도 불구
하루평균 수출액 11.7% `뚝`

"경제충격 사스때보다 심각"

기사입력 2020.03.01 17:45:40 | 최종수정 2020.03.01 19:48:14

◆ 코로나 공포 / 수출산업 전방위 타격 ◆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산업계와 정부는 낙관적인 수출 전망을 내놓았다.

세계경기가 회복되고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작년에 극심했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윤달 등으로 조업일수가 3.5일 늘어나면서 올해 2월을 '약속의 2월'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1일 받아 든 지난달 수출 성적표는 참담했다. 지난달 국내 하루 평균 수출액이 영업일 기준으로 작년 2월 대비 11.7%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18억3000만달러로, 2월 일평균 수출액이 가장 높았던 2018년 2월 23억달러와 비교하면 4억7000만달러 줄었다. 2018년 2월엔 반도체(40.8%)와 선박(40.3%)이 40% 이상씩 크게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지난달에는 국내 산업의 주축인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달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감소했다. 중국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내 생산이 감소한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는 10.6일 휴업했고, 기아자동차는 8.9일간 공장을 멈췄다. 쌍용자동차도 8.5일 동안 생산 라인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2019년 2월 28억8000만달러였던 수출은 올해 2월 4억8000만달러 감소한 24억달러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도 상황이 악화했다.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디스플레이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 지난달 국내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1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8% 급감했다. 철강 수출도 건설경기 회복 지연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했다. 반도체 부문에도 악재가 덮쳤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동안 중국 스마트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D램 고정 가격이 지난 1월에 이어 연속 상승하고 늘어난 조업일수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폈을 때는 중국 수출이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늘어난 조업일수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6.6% 감소한 89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9.9%, 인도는 14.7% 수출이 각각 증가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10일까지 중국 전체에서 92.4%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23개 주요 도시가 조업을 하지 못했다"면서 "중국 전체에서 5일 이상 조업일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업일수 증가 효과를 제외하면 대중국 일평균 수출은 21.1% 줄었다.

중국 내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중국 수출은 중간재부터 완제품까지 전방위로 큰 타격을 입었다. 2월 영업일 기준으로 석유화학은 36.2% 감소했고 자동차 부품은 35%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42% 급감했고, 자동차는 36.3% 감소하며 산업 경쟁력을 잃었다.

이 같은 급락은 과거 2003년 5월 사스 위기 때 대중 수출 증가율이 전월에 비해 10%포인트가량 감소한 것과 유사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사스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2003년 사스 때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배 이상 커졌고, 그만큼 우리의 수출 의존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발 수출 하락 일별 그래프에서 점점 더 낙폭이 커진다는 점이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1~20일을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일평균 수출액이 1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9.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 산업부가 29일까지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했다. 마지막 9일 동안 더해진 성적이 전체 일평균 실적을 2.4%포인트나 더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성 장관은 "정부는 신규 계약이 이뤄지는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2월보다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며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요인을 넘어 중기적인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표적으로 2월에 본격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반도체 경기가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 폭이 꺾였다"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도 둔화할 가능성이 커져 공장이 가동되더라도 한국경제에 중장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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