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휴가비·문화생활·농산물 구입…`소비쿠폰 5종` 더 뿌린다

https://m.mk.co.kr/news/economy/view/2020/02/210763/

◆ 코로나 공포 / 내수경제 살리기 올인 ◆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내수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포함해 최소 26조원에 이르는 '헬리콥터식' 자금 살포에 나섰다. 직접 피해를 입은 기업·지역을 넘어 경기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재촉하면서 금액 단위만 천문학적으로 커졌고, 불필요한 곳에 흘러갈 자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파급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은 긴급 지원 성격이 강했지만, 이날 대책은 민생 안정, 경제 활력 보강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은 최근 한 달 새 실물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월 둘째주 기준 백화점·숙박업·음식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2월 셋째주에 접어들면서 증감률은 각각 -20.6%, -24.5%, -14.2%로 전환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소비쿠폰 5종을 통한 현금성 지원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체크·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내수 회복 대책을 꺼내 들었다. 2012~2014년 경기 부양에 나섰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프리미엄 상품권이나 관광권, 교육 바우처(쿠폰)를 대량 배포한 것과 유사한 대책이다. 특히 노인일자리 쿠폰은 단기성 공공 일자리에 참여한 근로자가 급여 중 30%를 쿠폰으로 받으면 총보수에서 20%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추가 지급한다. 사실상 노인일자리 급여를 20% 올려주는 효과다. 현재 월 27만원을 지급하는데, 상품권을 수령할 때 현금 18만9000원과 상품권 14만원으로 총 32만9000원을 지급하게 된다.


정부가 근로자 휴가비를 10만원 지원해주는 '한국형 체크바캉스'도 대상자가 8만명에서 12만명으로 늘어난다. 한국형 체크바캉스 지원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소속된 기업·단체가 오는 3월 4일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지원센터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요 지원 대상 단체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법인 등이다. 예를 들어 휴가비가 40만원이 들 경우 근로자 20만원, 기업 10만원, 정부 10만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쿠폰은 국내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정부 온라인몰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9만원 상당의 통합문화이용권 지급 대상도 161만명에서 171만명으로 확대하고, 지역 축제 및 주요 관광 명소 방문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시 추첨을 통해 국민관광상품권(10만원)을 6만명에게 준다. 월 4만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전자 바우처 제공 대상 임산부를 4만5000명에서 8만명으로 늘린다. 또한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금액 중 10%를 환급해준다. 국립 문화·예술시설 입장료도 50% 감면해준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고양 한류파크, 여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같은 민간 투자 프로젝트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공공기관의 올해 투자액을 5000억원 확대하는 투자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모두 소비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이 외출하지 못하고 문화·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현재 소비 위축의 핵심"이라며 "단순히 돈을 쥐여 준다고 해서 이런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강제 휴무제를 비롯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는 규제들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재정 지출을 늘려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요구에 급조한 정책들에 재정이 대거 투입되며 재정건전성도 대폭 악화할 전망이다. 최근 경제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정부가 지난해 작성한 예산안에 비해 올해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정부가 각종 세금 감면과 추경 편성을 예고하며 지출 소요는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에 남은 선택지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뿐이다. 그 결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마지노선'이라고 평가받던 40% 선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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